섬이 되어 보내는 편지
허수경 著
나는 내 섬에서 아주 오래 살았다
그대들은 이제 그대들의 섬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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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독이란 그대들이 없어서 생긴 것은 아니다
다만 나여서 나의 고독이다
그대들의 고독 역시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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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은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니지만
기필코 우리를 죽이는 살인자인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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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으로 들어갈 때 그대들의 챙긴 물건은
그 섬으로 들어갈 때 내가 챙긴 물건과 비슷하지만
단 하나 다른 것쯤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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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챙긴 사랑의 편지지가
그대들이 챙긴 사랑의 편지지와 빛이 다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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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차이가 누구는 빛의 차이라고 하겠지만
사실은 세기의 차이다
태양과 그림자의 차이다
이것이 고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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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그대들은 나에게 아무 기별도 넣지 않을 것이며
섬에서 나도 역시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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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섬이 되어 보내는 편지 속에는 눈물이 없다
다만 짤막한 안부 인사만,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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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시길,
이 세계의 모든 섬에서
고독에게 악수를 청한 잊혀갈 손이여
별의 창백한 빛이여
[출처] [섬이 되어 보내는 편지] 허수경 시인|작성자 J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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