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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ORPG 로그와 좋아하는 시를 위주로 한 백업이 주로 올라옵니다. 티알 로그 백업의 경우 티스토리 스킨 호환을 위해 따로 잠금을 걸어 놓지 않으니 스포일러에 유의해 주세요. 논란이 있는 시인의 시는 피하고 싶습니다. 댓글로 제보해주실 경우 감사히 반영합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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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TICE NEW

    2022.07.1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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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Po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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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 정호승 著 눈사람 한 사람이 찾아왔었다 눈은 그치고 보름달은 환히 떠올랐는데 눈사람 한 사람이 대문을 두드리며 자꾸 나를 불렀다 나는 마당에 불을 켜고 맨발로 달려나가 대문을 열었다 부끄러운 듯 양볼이 발그레하게 상기된 눈사람 한 사람이 편지 한 장을 내밀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밤새도록 어디에서 걸어온 것일까 천안 삼거리에서 걸어온 것일까 편지 겉봉을 뜯자 달빛이 나보다 먼저 편지를 읽는다 당신하고 결혼하고 싶었습니다 이 말만은 꼭 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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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_정호승 NEW

    2022.07.2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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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벽 이상 著 꽃이보이지않는다. 꽃이향기롭다. 향기가만개한다. 나는거기묘혈(墓穴)을판다. 묘혈도보이지않는다. 보이지않는묘혈속에나는들어앉는다. 나는눕는다. 또꽃이향기롭다. 꽃은보이지않는다. 향기가만개한다. 나는잊어버리고재차거기묘혈을판다. 묘혈은보이지않는다. 보이지않는묘혈로나는꽃을깜빡잊어버리고들어간다. 나는정말눕는다. 아아, 꽃이또향기롭다. 보이지도않는꽃이ㅡ보이지도않는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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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벽_이상 NEW

    2023.07.0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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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정한 신 정한아 著 이 사막은 흐른다 어제의 유희가 오늘은 비수다 석양에 물든 모래를 두 손 가득 담아들면 붉은 태양빛은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린다 모래알 밑에 새겨진 그대의 이름은 밟고 나는 지평선으로 간다 보라, 어둠이다 공평무사하신 어둠의 신이 저 멀리서 옷자락을 끌고 걸어오신다 내 두 눈을 지워주소서 창공의 별들을 탐하지 않도록 세상의 모든 빛이 나를 찌르나이다 그러나 신은 무정(無情)하므로 나의 기도를 이해하지 못한다 모래알처럼 그대의 이름은 무수히 빛났다 흐르는 사막에서는 별들도 길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눈꺼풀에 새겨진 그대의 이름을 깜빡이며 나는 지평선으로 간다 보라, 어둠이다 공평무사하신 무정한 어둠의 신 눈도 코도 입도 없는 그분이 시간의 옷자락을 끌고 걸어오신다 발바닥이 까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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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정한 신_정한아 NEW

    2022.08.1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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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부동자에게 류성훈 著 내 꿈은 안락사, 라고 되뇌어 보았다 살았다,는 건 내가 타지 않을 모든 차표를 끊는 일, 사라진 들보 위에 물 하나 떠 놓는 일 손끝부터 심장까지 다 아프다면서 왜 내버려 두었냐고 더욱 화를 내듯이 여긴 올 곳이 못 된다고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다그치듯이 안락하게 너는 떠났길, 그 믿음이 따뜻한 이불 속에서 방법 없이 아플 때 잠 속에서만 더 많이 자라던 보풀들이 지금은 없는 곳에 굴러다닐 때 밥은 넘기다가 아직도 사랑은 한다 쓰다가 명부에서 이름을 지우는 퇴원 당신은 당신을 만났을까 항상 삶보다 더 긴 추억을 따라가면 하얀 유기견이 나를 올려다본다 길에서 내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거기 있다, 맑아서 버려야 할 이곳엔 아무도 살아 있지 않은 밤이 있다

  • 여름 박지혜 著 기억나지 않는다 얼어가는 사람을 끌어안는다 기억나지 않는다 너무나 아름다운 얼어가는 사람들은 아름다움만 보여주었다 예감에 휩싸였던 시간 정말 신비였을까 검은 길을 걷는다 단단하고 축축한 밤공기 텅 빈 그림자새 기억나지 않는다 멀리 있는 것들이 되살아난다 무슨 계절을 좋아하는지 물었다 여름 죽음처럼 분명해지는 것이 있었다 너와 나의 아름다움이 같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해도 아름다운 것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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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_박지혜 NEW

    2022.08.19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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