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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주 2

카테고리 설명
  • 폭설, 민박, 편지 1 김경주 著 주전자 속엔 파도소리들이 끓고 있었다 인편이 잘린 외딴 바닷가 민박집, 목단이불을 다리에 둘둘 말고 편지를 썼다 들창 사이로 폭설은 내리고 등대의 먼 불빛들이 방안에 엎질러지곤 했다 나는 그럴 때마다 푸른 멀미를 종이 위에 내려놓았다 바다에 오래 소식 띄우지 못한 귀먹은 배들이 먼 곳의 물소리들을 만지고 있었다 위독한 사생활들이 편지지의 옆구리에서 폭설처럼 쌓여갔다 심해 속을 건너오는 물고기 떼의 눈들이 꽁꽁 얼고 있구나 생각했다 쓰다만 편지지로 소금바람이 하얗게 쌓여 가는 밤 빈 술병들처럼 차례로 그리움이 쓰러지면 혼자서 폐선을 끽끽 흔들다가 돌아왔다 외로웠으므로 쓸쓸한 편지 몇 통 더 태웠다 바다는 화덕처럼 눈발에 다시 푹푹 끓기 시작하고 방안에 앉아 더운 수돗물에 ..

  • 드라이아이스 -사실 나는 귀신이다 산목숨으로서 이렇게 외로울 수는 없는 법이다* 김경주 著 문득 어머니의 필체가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리고 나는 고향과 나 사이의 시간이 위독함을 12월의 창문으로부터 느낀다 낭만은 그런 것이다 이번 생은 내내 불편할 것 골목 끝 슈퍼마켓 냉장고에 고개를 넣고 냉동식품을 뒤적거리다가 문득 만져버린 드라이아이스 한 조각, 결빙의 시간들이 피부에 타 붙는다 저렇게 차게 살다가 뜨거운 먼지로 사라지는 삶이라는 것이 끝내 부정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손끝에 닿는 그 짧은 순간에 내 적막한 열망보다 순도 높은 저 시간이 내 몸에 뿌리내렸던 시간들을 살아버렸기 때문일까 온몸의 열을 다 뺴앗긴 것처럼 진저리친다 내 안의 야경(夜景)을 다 보여줘버린 듯 수은의 눈빛으로 골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