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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口 성동혁 著 당신이 날 재앙으로 인정한 날부터 언덕마다 달이 자라났네 슬리퍼는 낙엽을 모방하며 흩어지고 모이고 계절은 용서까지 치달았다 창세기를 여러 번 읽어도 나는 가위에 눌렸다 난간에 심은 바람에 대해 변명하지 못했다 신앙과 종말을 함께 배워 불안하진 않았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나오는 허밍은 나의 궤도이다 입을 닫아야 들리는 곡선 죄가 유연하고 둥그렇다 달이 찰 때마다 미안한 것들이 생긴다 죄를 앓고 난 뒤 쿨럭쿨럭 보라색으로 자란 바람이 살 나간 우산 안의 그림자를 밀쳐 내고 몸을 디밀며 안녕? 당신이 옆집에 살았으면 좋겠다 종량제 봉투 안에 가득 찬 악몽을 들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눈인사를 할 수 있도록 새벽 기도를 나가지 않고도 자라난 달을 버릴 수 있도록 동글네모스름한 초인종을 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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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456 6 수록, 성동혁 著 별이 떨어진다면 당신이 있는 공간으로 네가 아침잠에서 깨어 방문을 열었을 때 천장을 뚫고 쏟아지는 별들 난 그 별을 함께 주워 담거나 그 별에 상처 난 너의 팔을 잡아 주고 싶었다 지나 보면 역시나 난 할 줄 아는 게 없었는데 너에겐 특히나 그랬다 조용히 밥을 먹는 너보다 더 조용히 밥을 먹으며 너를 고요하고 불편하게 만들었다 나의 고요한 아이야, 가끔은 시끄럽게 너와 선루프를 열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정적이 찾아올 때 벌거벗은 나의 등을 안아 주던 게 생각난다 너는 작고 나는 포근했다 우린 오래오래 안녕이지만 오래오래 사랑한 기분이 든다 네 머리를 쓰다듬고 강에 뛰어들고 싶다 오래오래 허우적거리며 손의 감촉을 버리고 싶다 한 행성이 내게 멀어져 간 것은 재앙이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