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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ORPG 로그와 좋아하는 시를 위주로 한 백업이 주로 올라옵니다. 티알 로그 백업의 경우 티스토리 스킨 호환을 위해 따로 잠금을 걸어 놓지 않으니 스포일러에 유의해 주세요. 논란이 있는 시인의 시는 피하고 싶습니다. 댓글로 제보해주실 경우 감사히 반영합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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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TICE NEW

    2022.07.1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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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Po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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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젠가 너를 사랑한 적이 있다 사랑의 어두운 저편 수록, 남진우 著 그리하여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낡은 수첩 한 구석에서 나는 이런 구절을 읽게 되리라 언젠가 너를 사랑한 적이 있다 그랬던가 너를 사랑해서 너를 그토록 사랑해서 너 없이 살아갈 세상을 상상할 수조차 없어서 너를 사랑한 것을 기필코 먼 옛날의 일로 보내버려야만 했던 그 날이 나에게 있었던가 언젠가 너를 사랑한 적이 없다고 한사코 생각하는 내가 이토록 낯설게 마주한 나를 나는 다만 떠올릴 수 없어서 낡은 수첩 한 구석에 밀어넣은 그 말을 물끄러미 들여다본다 언젠가 너를 사랑한 적이 있다 그 말에 줄을 긋고 이렇게 새로 적어넣는다 언젠가 너를 잊은 적이 있다 그런 나를 한번도 사랑할 수 없었다

  • 학살의 일부 11 극에 달하다 수록, 김소연 著 나는 그때 그 핏빛을 사색했다 지는 해 지는 해 거기에서 나는 청춘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청춘으로 살아야 한다고 애쓰는 너희를 보았다 그런 너희가 지고 있는 것을 두 눈으로 지켜보았다 황혼의 힘으로 모서리를 날카롭게 빛내는 이곳에서 나는 외롭다,라는 말을 천천히 발음해본다 외로움이 부족해 피가 마르는 세상이 있고 중무장된 평화에 천천히 질식되는 너희가 있고 지금은 마지막 사랑, 더 이상 꿈꿀 사랑이 없다, 라는 사실을 날마다 애써 외우는 내가 있다 삶이 더 이상 궁금해지지 않을 때 사람들은 돌아앉아 추억에게 먹이를 준다 돌아누워 내 추억을 먹이로 받아먹다 잠든 세상이여, 바람소리 굉장해서 나는 사나운 꿈들을 불러들였노라 지금 찬란하게 지는 해의 저 사무..

  • 학살의 일부 9 극에 달하다 수록, 김소연 著 -그렇게 차가운, 차가운 땅에 누워 멀리 흐르는 하얀 구름들만 바라보고 있는지 1 살아온 날들이 남긴 너의 사물들 정리하다 새벽을 맞았다 간밤의 거친 비에 못 견딘 꽃나무들은 손톱같이 애지중지하던 꽃잎들을 다 버렸다 골목에 떨어져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꽃들의 마지막 육체를 내가 먼저 보고 있다 2 살아서 고기를 굽고 파란 상추에 싸 먹는 내가 있고, 음식보다는 너로 인한 추억들에 날마다 체하고 손끝을 따는 나 또한 있다 3 (너를 잃은 후, 나는 산 자들의 안부는 정말이지, 하나도 궁금하지가 않다. 살아 있는 내가 끊임없이 이 육체에 무릎꿇듯, 행여 네가 그 넝마 같던 육체마저 애달프게, 그리워하고 있으면 어떡하나, 내 걱정은 그게 먼저다. 오늘 적조암이란..

  • 1226456 6 수록, 성동혁 著 별이 떨어진다면 당신이 있는 공간으로 네가 아침잠에서 깨어 방문을 열었을 때 천장을 뚫고 쏟아지는 별들 난 그 별을 함께 주워 담거나 그 별에 상처 난 너의 팔을 잡아 주고 싶었다 지나 보면 역시나 난 할 줄 아는 게 없었는데 너에겐 특히나 그랬다 조용히 밥을 먹는 너보다 더 조용히 밥을 먹으며 너를 고요하고 불편하게 만들었다 나의 고요한 아이야, 가끔은 시끄럽게 너와 선루프를 열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정적이 찾아올 때 벌거벗은 나의 등을 안아 주던 게 생각난다 너는 작고 나는 포근했다 우린 오래오래 안녕이지만 오래오래 사랑한 기분이 든다 네 머리를 쓰다듬고 강에 뛰어들고 싶다 오래오래 허우적거리며 손의 감촉을 버리고 싶다 한 행성이 내게 멀어져 간 것은 재앙이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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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6456_성동혁 NEW

    2022.07.2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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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놀랍지 않다 내가 내 심장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니까 수록, 정다연 著 내가 벌목공의 눈을 가졌다는 것 육식주의자라는 것 전쟁영화를 보며 평온한 잠이 쏟아진다는 것 자꾸만 침이 고인다는 것 재난 뉴스를 들으며 아침 햇살을 사랑한다는 것 흰 바지가 더러워지지 않는 오늘의 날씨를 좋아한다는 것 기계 속으로 빨려 들어간 어떠한 손목과도 무관하다는 것 그것이 죽음일지라도 너의 굶주림과 난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 외투를 걸치며 털가죽이 벗겨진 채로 찬 바닥에서 식어가는 생명이 있다는 것 그것이 목숨일지라도 나와는 관계가 없다는 것 원숭이의 심장을 적출해 돼지의 심장을 이식한 종족이 나라는 것 그것이 내 심장과 무관하다는 것 아프지 않다 이제 놀랍지 않다 그 무엇도, 아무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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