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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신 3

카테고리 설명
  • 무거운 편지 황경신 著 편지를 쓸까 했어요 무슨 말로 시작할까 생각했어요 생각을 하다보니 해야 할 말도 없고 하고 싶은 말도 없었어요 난 잘 지내기도 하고 못 지내기도 해요, 라는 말도 웃기죠 아무 내용도 없잖아요 잘 지내요? 라는 질문도 이상하죠 못 지낸다고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없는데 잘 지내세요. 도 그래요 사실 난 당신이 좀 못 지내면 좋겠거든요 하지만 그런 소릴 할 수는 없죠 난 잘못한 것도 없이 우스운 사람이 되어버렸고 이제 와서 그걸 바로잡을 수도 없는데 마음이 어떻든 뭐가 바뀌겠어요 잔인하죠? 이게 우리의 미래였어요.

  • 청춘 황경신 著 내 잔에 넘쳐흐르던 시간은 언제나 절망과 비례했지 거짓과 쉽게 사랑에 빠지고 마음은 늘 시퍼렇게 날이 서 있었어 이제 겨우 내 모습이 바로 보이는데 너는 웃으며 안녕이라고 말한다 가려거든 인사도 말고 가야지 잡는다고 잡힐 것도 아니면서 슬픔으로 가득 찬 이름이라 해도 세월은 너를 추억하고 경배하리니 너는 또 어디로 흘러가서 누구의 눈을 멀게 할 것인가

  • 첫눈이 온다구요? 황경신 著 첫눈이 온다는데 우린 어디서 만날까요. 아뇨, 나는 가지 못하니 당신이 오세요. 알잖아요, 나는 당신에게 가는 길을 잊어버렸어요. 첫눈이 온다는데 당신은 어떻게 올 건가요. 아뇨, 버스도 전철도 안 돼요. 걸어오거나 날아오지도 마세요. 당신은 그냥 밤으로 오세요. 꿈으로 오세요. 눈길에 발자국 하나, 얼룩 하나 남기지 말고 내가 왔어요, 소리도 내지 말고. 그래야 내가 모르죠. 당신이 온 것도 모르고. 어느새 가버린 것도 모르고. 떠나는 사람이 없어야 남는 사람도 없죠. 행복이 없어야 슬픔도 없죠. 만남이 없어야 이별도 없죠. 첫눈이 온다는 날 기다림이 없어야 실망도 없죠. 사랑이 없어야 희망도 없죠. 잠시 왔다가 가는 밤처럼 잠시 잠겼다 깨어나는 꿈처럼 그렇게 오세요. 그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