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드라미 정원
이승희 著
저녁이 오지 않는 날 있습니다
무엇과 무엇 사이에 아무도 살지 않는 집 있습니다
허공도 바닥도 아닌 곳에서
머리를 부딪혀 피 흘리는 날 있습니다
잠을 자도 되는지
이쯤이면 그만 죽어도 되는지
묻지 못하는 날 있습니다
날마다 자라나는 과거도 있습니다
내가 버려진 상자가 되는 것은
정말 순식간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아무도 날 데리러 오지 않아도
장례식은 어디서든 시작되고 끝날 것입니다
나의 삶이란 한 줄로도 충분해서
누구든 나를 대신할 수 있습니다
나는 맨드라미 정원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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