記錄
카테고리
작성일
2022. 9. 20. 15:20
작성자
Verliebt

미열
                                                                                                                    작은 미래의 책 수록, 양안다 著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들은 달이 뜨는 이유를 궁금해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결론에 도달하면
아무도 모르는 마음이 뒤따라오는데

사실 우리가 서로에게 건네던 위로는 각자의 각오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 우리들이 꾸려 했던 모든 꿈이 위악이라는 걸 알았을 때, 우리가 느낀 건 실망이 아닌 동경에 가까웠다 밤이 지나고 오는 건 새벽인데 사람들은 왜 아침이 온다고 하는 걸까

새벽이 만드는 소량의 빛과 소음 속에서

어느 취객은 유기견을 걷어차면서 걷고 있었다 그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욕을 뱉으며 죽어버리자 그냥 죽이고 죽어버리자, 중얼거렸지만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그는 취한 채 다짐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어느 날 불어난 강물 위로 달이 깨질 듯 일렁이고 있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죽고자 했던 건 아니었다 춤을 추고자 했던 것도 아니었다 누군가가 십자 모양의 성냥을 꺼내 들었을 때, 맞잡은 손으로 땀이 배어 나올 때

우리들은 그림자를 제외한
모든 걸 지워내고 싶었을 뿐인데

광장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사람들을 보며 어쩌다 세계는 이 지경이 됐고 사람들은 액자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지 모르겠어서
우리들은 자꾸 반대로 걷고
누군가는 방향이 틀렸다고 하지만

유기견을 걷어차면서까지 되고자 했던 건 아마 고아가 아니었을까 우리는 멀리 달아나자고,
우리는 언제까지나 우리로 존재했으면

먼저 죽은 이들이 우리의 죽음을 마중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악의가 흔들리는데 누구 하나 살아 돌아오지 않고
그 사실이 슬프지 않을 때면
몸은 열에 잠기기 시작하고

'시 모음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폭설_허연  (0) 2022.09.20
하얀 당신_허연  (0) 2022.09.20
주동자_김소연  (0) 2022.08.19
한 개의 여름을 위하여_김소연  (0) 2022.08.19
口_성동혁  (0) 2022.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