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당신
허연 著
어떻게 검은 내가 하얀 너를 만나서 함께 울 수 있겠니
죄는 검은데
네 슬픔은 왜 그렇게 하얗지
드물다는 남녘 강설의 밤. 천천히 지나치는 창밖에 네가 서 있다 모든 게 흘러가는데 너는 이탈한 별처럼 서 있다 선명해지는 너를 지우지 못하고 교차로에 섰다 비상등은 부정맥처럼 깜빡이고 시간은 우리가 살아낸 모든 것들을 도적처럼 빼앗아 갔는데 너는 왜 자꾸만 폭설 내리는 창밖에 하얗게 서 있는지 너는 왜 하얗기만 한지
살아서 말해달라고?
이미 늦었지
어떻게 검은 내가 하얀 너를 만나서 함께 울 수 있겠니
재림한 자에게 바쳐졌다는 종탑에 불이 켜졌다
피할 수 없는 날들이여
아무 일 없는 새들이여
이곳에 다시 눈이 내리려면 20년이 걸린다
'시 모음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맨드라미 정원_이승희 (0) | 2022.09.20 |
---|---|
폭설_허연 (0) | 2022.09.20 |
미열_양안다 (0) | 2022.09.20 |
주동자_김소연 (0) | 2022.08.19 |
한 개의 여름을 위하여_김소연 (0) | 2022.08.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