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풀잎
노래로 가는 배 수록, 유경환 著
마른 풀잎 속엔
엽맥(葉脈)의 질긴 기도가 남아 있다.
끊기지 않던 가녀린 목숨 소리
하늘에 내뿜던 숨 멈춘 채
멈춘 그대로 버리지 못한 소망을
아름답게 날려 가며,
세우던 고개는 떨어뜨렸으나
짙푸름으로 적시던 기다림
당신의 뜻에 발돋움하자던
춤, 그 몸짓을 모르리라.
바람에 시달리고 짐승에 밟혔어도
어떻게 지금부터 시야에서
사라지는가를
하늘이 하얗게 흙을 덮어 내리면
알리라.
끝바람에 몸 부서져 바서지는 것도
온몸 소리내며 태우는 불꽃
와 주지 않아도 닿지 않아도
들판 가득히 일어서는 영혼과
그리고 어딘가에 묻혀 거름이 되는 것
봄으로 미루는 부활을
마른 풀잎 속엔
기억해야 할 기도가 남아 있음을
당신 한 분이라도
당신 한 분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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