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의 일부 11
극에 달하다 수록, 김소연 著
나는 그때 그 핏빛을 사색했다 지는 해 지는 해 거기에서 나는 청춘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청춘으로 살아야 한다고 애쓰는 너희를 보았다 그런 너희가 지고 있는 것을 두 눈으로 지켜보았다
황혼의 힘으로 모서리를 날카롭게 빛내는 이곳에서 나는 외롭다,라는 말을 천천히 발음해본다 외로움이 부족해 피가 마르는 세상이 있고 중무장된 평화에 천천히 질식되는 너희가 있고 지금은 마지막 사랑, 더 이상 꿈꿀 사랑이 없다, 라는 사실을 날마다 애써 외우는 내가 있다
삶이 더 이상 궁금해지지 않을 때 사람들은 돌아앉아 추억에게 먹이를 준다 돌아누워 내 추억을 먹이로 받아먹다 잠든 세상이여, 바람소리 굉장해서 나는 사나운 꿈들을 불러들였노라 지금 찬란하게 지는 해의 저 사무치는 평화는 여전하고 여전하지 않는 나는 노엽게, 진창처럼 부드러운 생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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