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의 일부 8
극에 달하다 수록, 김소연 著
너의 눈을 들여다보는 일은
나를 죄짓게 한다
지은 죄가 지을 죄를
책망한다
저주를 받아서, 입안 가득 질긴
거미줄을 물고 있는 나로서는 정갈한 이 낯선 마음이
지나치게 부끄럽다
살아서 못다 한 선행을
지시하는 듯한 너의 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그만 포박당한다
밥을 먹는 너를 보았다 나는 살찐 김치를
씹을 때처럼 상큼한 생각을 해냈다 더 큰 죄를
지으리라 더 크게 칼을 휘두르리라
더욱더 더럽혀지리라
유례없는 벌을 받으리라
벌건 빛을 뿜어내는 전기 난로, 손을 쬐고
있는 너의 등을 더 이상 연연하지 않으려면
나는 혼자서라도 갈 때까지 가야 한다
그곳이
까마득해서,
천사인 듯
싶은 너의 그 날개가
뚝뚝
분질러지는 소리
들리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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