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안미옥 著
모았던 손을 풀었다 이제는 기도하지 않는다
화병이 굳어 있다
예쁜 꽃은 꽂아두지 않는다
멈춰 있는 상태가 오래 지속될 때의 마음을
조금 알고 있다
맞물리지 않는 유리병과 뚜껑을
두 손에 쥐고서
말할 수 없는 마음으로 너의 등을 두드리면서
부서진다
밤은 희미하게
새의 얼굴을 하고 앉아
창 안을 보고 있다
노래하듯 말하면 더듬지 않을 수 있다
안이 더 밝아 보인다
자주 꾸는 악몽은 어제 있었던 일 같고
귓가에 맴도는 멜로디를 듣고 있을 때
물에 번지는 이름
살아 있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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