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 연습
계간 동서문학 2018년 가을호 수록, 서안나 著
눈을 감으면
한 사람의 영혼과도
마주치지 않으며
내 안에
진흙 뼈와 진흙 감정이
고여 있지 않으며
진흙은 사람을 쉽게 버리며
진흙은 찰지고 고요하고
아름답지 않으며
비를 맞으면 젖지 않으며
내 몸에서
무너진 풍경이
다시 무너지지 않으며
나는 진흙 입술에서 태어나지 않았으므로
진흙 입술로 노래하지 않았으므로
진흙 입술은 배반을 만들지 않았으므로
진흙 입술은 뒤돌아서는 인간을 만들지 않으며
진흙의 두 손을 버리지 앟았으며
진흙 피가 쏟아지지 않았으며
진흙 심장이 금이 가지 않았으며
내 눈에서 짐승이 얼굴을 내밀지 않았으며
진흙 입술은 칼로 손목을 그은 자처럼
두 팔의 영혼이 되지 않으며
사막이 지나가지 않고
불타는 밤이 만져지지 않고
진흙이 진흙을 끌고 오지 않고
다 읽을 수 없는
진흙 얼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