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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8. 3.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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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클레스의 돌
                                                                                                                                        <시와 반시> 2016년 가을호 수록, 정다연 著


살색을 뒤집어쓴 아이야, 보호색을 갖지 못한 아이야

네 작은 두 손으로 무얼 할 수 있겠니?

네가 묘목을 심기 위해 잡초를 뽑으면 잡초는 다시 자라 언덕을 뒤덮을 것이고
네가 목교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패면 나무는 꿈쩍도 않고 더욱더 푸르게 물들 텐데

공중의 날개도 가벼운 뼈도 되지 못하는 아이야 네가 멍투성이의 손으로

모래밭에 이름을 쓰면 파도는 그 이름을 잊을 것이고 물결은 묵묵부답, 네가 무심코 벗어버린 신을 돌려주지 않을 텐데

한 손에 돌을 쥔 아이야, 넌 그것으로 무얼 할 수 있니?

네 돌은 부드러운 빵이 되지 못하고 네가 심장에 내리친 그 돌은 불씨가 되지 못하고 여전히 철근은 견고한데

먼지의 돌을 쥔 아이야, 반딧불이의 빛도 되지 못하는 아이야 말해보렴, 넌 도대체 무얼 할 수 있니?

*

나는 세상에서 가장 추운 가죽을 입은 아이

형형 색색의 빛깔도 날카로운 송곳니도 갖지 못한 난

풀독과 옻독에 올라 두 손이 까지고 터지고 부풀 줄 알면서

이 땅에 뿌리박힌 채 잡초를 베어낸다

묘목을 위해 수많은 풀을 베어내는 것이 모순투성이인 줄 알면서도

그러나 난 단 한번도 바위에게 흩어지는 포말에게 나비의 날개를 이고 가는 개미에게 답을 원한 적 없다

신이 돌아오길 바란 적도

난 그저 철근의 노래에 취하지 않으려

한 손에 헤라클레스의 돌을 쥐고

내리치고

내리치고

내리칠 뿐

가장 먼저 스스로의 따귀부터 갈길 뿐

지킬 보호색이 없어서

오로지 보호색이 없어서

오로지 지워지기 위해 이름을 쓰고

지는 태양처럼 지고 또 지는 지겨운 문장만 쓰는 난

어차피 먼지에 불과한 그러나 마침내는

강철을 부식시키고야 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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