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부동자에게
류성훈 著
내 꿈은 안락사, 라고 되뇌어 보았다
살았다,는 건 내가 타지 않을
모든 차표를 끊는 일, 사라진
들보 위에 물 하나 떠 놓는 일
손끝부터 심장까지 다 아프다면서
왜 내버려 두었냐고 더욱 화를 내듯이
여긴 올 곳이 못 된다고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다그치듯이
안락하게 너는 떠났길, 그 믿음이
따뜻한 이불 속에서 방법 없이 아플 때
잠 속에서만 더 많이 자라던 보풀들이
지금은 없는 곳에 굴러다닐 때
밥은 넘기다가 아직도 사랑은 한다 쓰다가
명부에서 이름을 지우는 퇴원
당신은 당신을 만났을까 항상
삶보다 더 긴 추억을 따라가면
하얀 유기견이 나를 올려다본다
길에서 내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거기 있다, 맑아서 버려야 할 이곳엔
아무도 살아 있지 않은 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