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편지
황경신 著
편지를 쓸까 했어요
무슨 말로 시작할까 생각했어요
생각을 하다보니
해야 할 말도 없고
하고 싶은 말도 없었어요
난 잘 지내기도 하고 못 지내기도 해요,
라는 말도 웃기죠
아무 내용도 없잖아요
잘 지내요? 라는 질문도 이상하죠
못 지낸다고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없는데
잘 지내세요. 도 그래요
사실 난 당신이 좀 못 지내면 좋겠거든요
하지만 그런 소릴 할 수는 없죠
난 잘못한 것도 없이 우스운 사람이 되어버렸고
이제 와서 그걸 바로잡을 수도 없는데
마음이 어떻든 뭐가 바뀌겠어요
잔인하죠?
이게 우리의 미래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