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草原)
신경림 著
지평선에 점으로 찍힌 것이 낙타인가 싶은데
꽤 시간이 가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나무토막인가 해서 집어든 말똥에서
마른풀 냄새가 난다.
짙푸른 하늘 저편에서 곤히 잠들었을
별들이 쌔근쌔근 코 고는 소리까지 들릴 것 같다.
도무지 내가 풀 속에 숨은 작은 벌레보다
더 크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내가 가서 살 저세상도 이와 같으리라 생각하니
갑자기 초원이 두려워진다.
세상의 소음이 전생의 꿈만 같이 아득해서
그립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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