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 동안 고백하다
신지혜 著
내가 엮은 천 개의 달을 네 목에 걸어줄게
네가 어디서 몇 만 번의 생을 살았든
어디서 왔는지도 묻지 않을게
네 슬픔이 내게 전염되어도
네 심장을 가만히 껴안을게
너덜너덜한 상처를 봉합해줄게
들숨으로 눈물겨워지고 날숨으로 차가워질게
네 따뜻한 꿈들은 풀꽃처럼 잔잔히 흔들어줄게
오래오래 네 몸 속을 소리 없이 통과할게
고요할게
낯선 먼 세계 밖에서 너는
서럽게 차갑게 빛나고
내가 홀로 이 빈 거리를 걷든, 누구를 만나든
문득문득 아픔처럼 돋아나는 그 얼굴 한 잎
다만
눈 흐리며 나 오래 바라볼게
천 년 동안 소리 없이 고백할게
'시 모음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밤 길_황인숙 (0) | 2022.08.12 |
---|---|
해괴한 달밤_김선우 (0) | 2022.08.12 |
밤의 노래_황인숙 (0) | 2022.08.12 |
폭설, 민박, 편지 1_김경주 (0) | 2022.08.12 |
안녕, UFO_박선경 (0) | 2022.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