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괴한 달밤
김선우 著
딱- 딱-
따귀 때리는 소리 같은 것이 중천에서
때마침 기다린 손바닥 같은 구름이
달을 가리며 지나가는데
따악-
아이구 저거, 달이 따귀를 맞고 있는 거 아냐?
연거푸 달려온 구름들의 뭇매를?
토라진 구름 씩씩대는 구름 입술을 잘근 씹는 구름
저마다 자기 사연이 가장 애달프다는 듯
명랑하게도
왜 네 빛은 나만 비추지 않는 거야 왜 나만 사랑하지 않는 거야
왜 외간 것들에게도 웃어주는 거야 왜 따뜻한 거야 왜 모두에게 다정한 거야
보름 달밤
오른쪽 왼쪽 볼이 푸르스름해진 달
아유, 이 난경을 어쩐다지?
구름 많고 바람 잘 날 없는 해괴한 달밤
놀이터 벤치에서 연인들은 천 년 전처럼 사랑타령이고
달맞이꽃은 무더기로 훌쩍훌쩍 울고
'시 모음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원(草原)_신경림 (0) | 2022.08.19 |
---|---|
밤 길_황인숙 (0) | 2022.08.12 |
천 년 동안 고백하다_신지혜 (0) | 2022.08.12 |
밤의 노래_황인숙 (0) | 2022.08.12 |
폭설, 민박, 편지 1_김경주 (0) | 2022.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