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놀랍지 않다
내가 내 심장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니까 수록, 정다연 著
내가 벌목공의 눈을 가졌다는 것
육식주의자라는 것
전쟁영화를 보며 평온한 잠이 쏟아진다는 것
자꾸만 침이 고인다는 것
재난 뉴스를 들으며 아침 햇살을 사랑한다는 것
흰 바지가 더러워지지 않는 오늘의 날씨를 좋아한다는 것
기계 속으로 빨려 들어간 어떠한 손목과도 무관하다는 것
그것이 죽음일지라도
너의 굶주림과 난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
외투를 걸치며 털가죽이 벗겨진 채로
찬 바닥에서 식어가는 생명이 있다는 것
그것이 목숨일지라도
나와는 관계가 없다는 것
원숭이의 심장을 적출해
돼지의 심장을 이식한 종족이 나라는 것
그것이 내 심장과 무관하다는 것
아프지 않다
이제 놀랍지 않다
그 무엇도, 아무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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