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삼월의 눈
눈사람 여관 수록, 이병률 著
한 사람과 너는
며칠 간격으로 떠났다
마비였다.
심장이, 태엽이 멈추었다
때 아닌 눈발이 쏟아졌고
눈발을 피하지 못한 사람들이 길가에서 더러워졌다
널어놓은 양말은 비틀어졌으며
생활은 모든 비밀번호를 잃어버렸다
불 옆에 있어도 어두워졌다
재를 주워 먹어서 헛헛하였다
얻어 온 지난 철의 과일은 등을 맞대고
며칠을 익어갈 것인데
두 사람의 심장이 멈추었다는데
이별 앞에 눈보라가 친다
잘 살고 있으므로
나는 충분히 실패한 것이다
사무치는 것은 봄으로 온다
너는 그렇게만 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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