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나비
김하늘 著
흰 발을 물에 담그면 많은 것들이 괜찮아져
우산을 숨기지 않아도 파래지는 시간
우리는 12시적인 것들을 사랑하자고 맹세했지
따뜻한 고양이 똥, 한 스푼의 컵케이크, 파란 나비 같은 것들
너는 수요일이라고 했어
그런 날에는 부패한 소시지처럼 물속에 있자고
추위의 세계에 대해서만 생각하자고
지루할 정도로 쉬고 싶다고 속삭였어
몸을 말아서 동그란 게 아니라
동그랗기 때문에 온몸을 이렇게 말고 있는 거라며
다슬기처럼 아주 가끔씩 살아 있는 흉내를 냈지
나는 고요를 쬐며
막 두 번째 허물을 벗고 있었어
팟-르르르 팟-르르르
젖은 날개를 말리는 동안 한 쌍의 나비가 되는 우리
모든 게 침묵하는데도 진화하는 것들은
어떤 무심함을 인내하는 걸까
그런 생각으로 아무것도 껴안지 못하는 마음
물속에서 갓 건져낸 무릎
푸른 멍
우리는 없는데
시간은 자꾸만 북극으로 질주하고 있어
비로소 수면 위로 달이 차오르면
캄캄한 밤의 방해를 견딘 날갯짓, 나비의 온기, 비행,
그런 것들이 정말 환영 같을 때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