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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8. 1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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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한 신
                                                                                                 정한아 著


이 사막은 흐른다
어제의 유희가 오늘은 비수다
석양에 물든 모래를 두 손 가득 담아들면
붉은 태양빛은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린다
모래알 밑에 새겨진 그대의 이름은 밟고 나는
지평선으로 간다

보라, 어둠이다
공평무사하신 어둠의 신이 저 멀리서
옷자락을 끌고 걸어오신다

내 두 눈을 지워주소서
창공의 별들을 탐하지 않도록
세상의 모든 빛이 나를 찌르나이다

그러나 신은 무정(無情)하므로
나의 기도를 이해하지 못한다

모래알처럼
그대의 이름은 무수히 빛났다
흐르는 사막에서는
별들도 길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눈꺼풀에 새겨진 그대의 이름을 깜빡이며 나는
지평선으로 간다

보라, 어둠이다
공평무사하신 무정한 어둠의 신
눈도 코도 입도 없는 그분이
시간의 옷자락을 끌고 걸어오신다
발바닥이 까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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