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를 위하여
김선재 著
통증을 용서해요
부분이면서 어느덧 전체가 된 나를,
알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모르는 사이도 아닌 사이.
날을 세운 날은 아니지만
나이면서 당신이고,
당신이지만 나인
시간을 견뎌요
나는 기원에서 멀어졌다 이미 나는 숲의 변형이며 혹은 바다의 변종이다 형식에서 멀어져 속도 없고 겉도 없는 어떤 가능성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제 사라진 내용이지만, 여전히 전체를 제압한다 형식을 제압한다
나는 혀의 어순이다 돌기들 사이에서 벌겋게 달아오른 하나의 돌기는 혀일까 바늘일까 미각은 우리의 옛 성질이었으나 지금 너는, 나는 혀인지 바늘인지, 짠맛인지 쓴맛인지 수시로 아픔을 확인하는 너인지 나인지
같은 온도를 갖기 이전에 우리는 서로 아무것도 아니었죠 그러니 제 분을 못 이긴 팔매질을 용서해요
때로 실감의 모서리에 손을 베일 때마다 차가운 그 각도의 질량에 대해 생각한다
때로 나는 말의 어법을 가졌지만 통증으로 변이된, 겨우 피 흘리지 않는 실감이다 비유로 은폐되는 실감의 형식이다
혀끝으로 나를 찾는 당신,
피 흘리지 않고 아팠지만
다가설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날을 세운 날들은 아니었지만
찾는 순간 서로를 지울 우리
통증을 용서해요 나를 잊어요
'시 모음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을 위한 헌시_정규화 (0) | 2022.08.19 |
---|---|
무정한 신_정한아 (0) | 2022.08.19 |
물속 깊이 꽃들은 피어나고_강은진 (0) | 2022.08.19 |
다정함의 세계_김행숙 (0) | 2022.08.19 |
안부_윤진화 (0) | 2022.08.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