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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8. 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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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극장 2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수록, 한강 著


나에게
혀와 입술이 있다.

그걸 견디기 어려울 때가 있다.

견딜 수 없다, 내가

안녕,
이라고 말하고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고 말하고
정말이에요,
라고 대답할 때

구불구불 휘어진 혀가
내 입천장에
매끄러운 이의 뒷면에
닿을 때
닿았다 떨어질 때

*

그러니까 내 말은,

안녕.

어떻게 생각하세요.

          진심이야.

                   후회하고 있어.

                                                   이제는 아무것도 믿고 있지 않아.

*

나에게
심장이 있다,
통증을 모르는
차가운 머리카락과 손톱들이 있다.

그걸 견디기 어려울 때가 있다

나에게 붉은 것이 있다, 라고
견디며 말한다
일 초마다 오므렸다 활짝 펼쳐지는 것,
일 초마다 한 주먹씩 더운 피를 뿜어내는 것이 있다
 
*

수년 전 접질렀던 발목에
새로 염증이 생겨
걸음마다 조용히 불탈 때가 있다

그보다 오래전
교통사고로 다친 무릎이
마룻장처럼 삐걱일 때가 있다

그보다 더 오래전 으스러졌던 손목이
손가락 관절들이
다정하게
고통에 찬 말을 걸어온다

*

그러나 늦은 봄 어느 오후
검푸른 뢴트겐 사진에 담긴 나는
그리 키가 크지 않은 해골

살갗이 없으니
물론 여위었고
역삼각형의 골반 안쪽은 텅 비어 있다
엉치뼈 위의 디스크 하나가
초승달처럼 곱게, 조금 닳아 있다

썩지 않을,
영원히 멈춰 있는
섬세한 잔뼈들

뻥 뚫린 비강과 동공이
곰곰이 내 얼굴을 마주 본다
혀도 입술도 없이
어떤 붉은 것, 더운 것도 없이

*

몸속에 맑게 고였던 것들이
뙤약볕에 마르는 날이 간다
끈적끈적한 것
비통한 것까지
함께 바짝 말라 가벼워지는 날

겨우 따뜻한 내 육체를
메스로 가른다 해도
꿈틀거리는 무엇도 들여다볼 수 없을

다만 해가 있는 쪽을 향해 눈을 잠그고
주황색 허공에 생명, 생명이라고 써야 하는 날

혀가 없는 말이어서
지워지지도 않을 그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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