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대화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수록, 한강 著
죽음은 뒤돌아서 인사한다.
『너는 삼켜질 거야.』
검고 긴 그림자가 내 목줄기에 새겨진다.
아니,
나는 삼켜지지 않아.
이 운명의 체스판을
오래 끌 거야.
해가 지고 밤이 검고
검어져 다시
푸르러질 때까지
혀를 적실 거야
냄새 맡을 거야
겹겹이 밤의 소리를 듣고
겹겹이 밤의 색채를 읽고
당신 귓속에 노래할 거야
나직이, 더없이.
더없이 부드럽게.
그 노래에 취한 당신이
내 무릎에 깃들어
잠들 때까지.
죽음은 뒤돌아서 인사한다.
『너는 삼켜질 거야.』
검은 그림자는 검푸른 그림자
검푸른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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