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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2. 7. 22. 13:30
작성자
Verliebt

당신이 빛이라면 中

                                                    백가희

 

 

내팽개칠 수 없는 손길이었고,
날 지독히 따라오는 달빛이었고,
등질 수 없는 햇빛이었어.
최대치의 행운이 너였고
최고치의 불행은 너의 부재였어.
사랑해.
오늘까지만 말하는 거야.
내일부터 나는 또 자연스럽게 징크스로 괴롭고 행운의 부적이 없어 벌벌 떨 게 분명하지만
드디어 너 없이 살겠다는 거야.
단 한 번도 나의 불행에 너를 이입한 적은 없어.
네가 없는 현실을 슬퍼했지.
근데 지금 내가 이렇게 슬픈 건
오로지 너 때문이야.
하나만 기억해 줘.
널 많이 사랑해서 믿었고,
그래서 빠졌고, 그래서 헤어나오지 못한 거야.
그리고 지금은 네가 날 택하지 않은 게 아니라 내가 널 버리는 거야.
잘 가.
이게 내 첫 이별 선고야.
어떤 말로도 채울 수 없는 나의 너.
오늘까지 너를 사랑해서
여기의 나는 끝까지 기쁠 거야.

너를 좋아한다.
그 애 어디가 좋으냐고 물으면 글쎄,
할 말이 없었다. 그냥. 보름달보다 맑은 눈,
결이 고운 마음의 빛깔, 눈웃음...
그렇게 콕 짚는 것 말고
이유 불문 '그냥' 좋다고 말하면
더 두려울 것이 없었다.
질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멋대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 말은 오래 사랑할 수 있겠단 믿음이었다.
시선은 마음을 결박시키지 못했다.
그냥 좋아서 계속 네 언저리에서 서성거렸다.
가슴이 간지러웠다. 너는 가끔 여기 있다.

사랑해. 난 니 앞에서 가장 순수했고
자주 뜨거웠고 너무 들떴고 많이 무너졌어.
사막에 핀 꽃처럼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모조리 쏟아부어서라도 너를 피워내고 싶었고,
니가 날아갈까 앞에선 숨을 멈추는 것 따위
일도 아니었다고.
내가 이 밤에도 그대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그대는 죽어도 모를 테지만 난 그걸로 됐다.
죽었다 깨어나도 잊지 못하는
그대라는 사람이 나의 반평생 혹은
그 이상을 지배하고 있었단 황홀감은
겪어본 사람만 알 테니까.
실현 가능성이 없는 사랑이라고 해도
뭐가 문제야. 현실이 무슨 상관이야.
그대의 환영에 입 맞출 때,
그 잠깐의 사색을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데.

네게 쉬워지고 싶지 않다.
더욱 어려운 논쟁거리로
네 입방아에 오르고 내리고,
잠깐 논외로 새더라도
결국 제자리로 돌아와 나를 문제 삼고,
결론이 나지 않는 숙제를 바라보는
눈으로 원망도 하고,
거부할 수 없이 애처롭게
나를 바라보기도 했으면 좋겠다.
영영 풀리지 않은 미제가 되고 싶다.
그러지 않으면 니가 나를 쉽게 놓을 것 같아서
나는 좀 더 어려워지고 싶다.

네게 가벼워지고 싶지 않다.
가장 무거운 이야기는
내려놓기가 두렵듯
네 마음속 한구석에 콕 박혀 있고 싶다.
먼지가 쌓이든 말든, 방이 수십 개든 수백 개든, 평수가 좁든 넓든
내가 누울 집의 주인이 너이면 됐다.
내뱉을 수 없고, 내려놓을 수도 없어
너의 골칫거리여도 좋다.
가벼우면 빨리 휘발될까 봐,
네게 아주 무거운 이야기가 되고 싶다.

니가 싫어하는 것들이 모여 내가 되고 싶다.
사랑까진 바라지 않는다.
내 욕심이 너의 전부가 될 순 없으니까.
원망이어도, 무거워도
네게 쉽게 꺼내어지지 않는,
누군가의 입을 거치고 거쳐
퇴색될 일 없는 너의 것이 되고 싶다.
새벽바람이 도시를 덮치고,
파도가 백사장을 덮치듯
네 안의 가장 진한 슬픔으로
너의 가장 깊숙한 곳에 수장되고 싶다.

기온이 뚝 떨어졌다.
반소매와 반바지로 밖을 나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외출할 때마다
여벌의 옷을 들고 나와야만 했다.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만큼
이별은 차가웠고, 낯설었다.
불같이 달아오르기만 할 줄 알았던
사랑의 판도는 이 계절처럼
하루아침만에 뒤집혔다.
시린 바람이 분다.
누구 좋자고 이렇게 매서운지.
여전히 밤은 오고, 새벽은 길고,
지구의 체온은 오를 기미가 없다.
너도 더위에 떠밀려서 온 것이었을까.
그렇게 무거운 뜨거움으로 왔다가,
이렇게 가볍게 몸을 돌려세운 것일까,
아직 잘 지내고, 잘 가고
즐거웠단 인사조차 건네지 못했다.
때마침 켜놓은 텔레비젼에선 다시 더위를 알린다. 돌아온단다. '아직은 아쉽죠.'라는 말과 함께.
그를 말한다. 다시 온단다.
미친듯한 전기세로 전 재산을 허비해도 좋고,
땀으로 범벅될 각오도 했으니
무자비하게 진군했던 더위처럼
너도 다시 오면 좋겠다.
싸늘했던 바람은 네 소중함을
직시하라는 뜻이었으면 좋겠다.
가장 큰 포옹을 만들어 안을 것이다.
뜨끈한 열기로 병원에 실려 가도
너의 따뜻함은 잊지 않겠노라고 말하고 싶다.
이불을 덮지 않고 잠드는 밤의 연속이기를,
여름에 걸맞는 더위가 찾아오길,
간절히 바란다. 말할 준비는 되어 있었다.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은 가을은
잠깐이라도 견디기 힘들었으니
나를 내쫓지 말아 달라고,
나는 그 잠깐에도 네게 구걸하고 싶었다고,
생일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너를 기다린다.
이별의 순간은 순간으로 남을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더위는 오고 너는 안 올 것을 알지만.

네가 아니면 안 되는 것들이 있고,
너여서 되는 것들도 있다.
의미는 크게 차이 없다.
이 여름은 네가 아니면 안 된다.
이 더위는 너여서 되는 것이다.
네가 아니면 사랑하지 못하고
너라서 이해할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