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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ORPG 로그와 좋아하는 시를 위주로 한 백업이 주로 올라옵니다. 티알 로그 백업의 경우 티스토리 스킨 호환을 위해 따로 잠금을 걸어 놓지 않으니 스포일러에 유의해 주세요. 논란이 있는 시인의 시는 피하고 싶습니다. 댓글로 제보해주실 경우 감사히 반영합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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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TICE NEW

    2022.07.1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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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Po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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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26456 6 수록, 성동혁 著 별이 떨어진다면 당신이 있는 공간으로 네가 아침잠에서 깨어 방문을 열었을 때 천장을 뚫고 쏟아지는 별들 난 그 별을 함께 주워 담거나 그 별에 상처 난 너의 팔을 잡아 주고 싶었다 지나 보면 역시나 난 할 줄 아는 게 없었는데 너에겐 특히나 그랬다 조용히 밥을 먹는 너보다 더 조용히 밥을 먹으며 너를 고요하고 불편하게 만들었다 나의 고요한 아이야, 가끔은 시끄럽게 너와 선루프를 열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정적이 찾아올 때 벌거벗은 나의 등을 안아 주던 게 생각난다 너는 작고 나는 포근했다 우린 오래오래 안녕이지만 오래오래 사랑한 기분이 든다 네 머리를 쓰다듬고 강에 뛰어들고 싶다 오래오래 허우적거리며 손의 감촉을 버리고 싶다 한 행성이 내게 멀어져 간 것은 재앙이다 네..

    시 모음집

    1226456_성동혁 NEW

    2022.07.2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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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만히 웃거나 울면서 최현우 著 누구는 사라지기 위해, 누구는 사라지지 않기 위해 쓴다고 했다. 아름답자고, 추악해지자고, 자유와 자유의 실패 속에서 자란다고도, 죽는다고도, 아무것도 아니라고도. 인간의 안쪽으로, 바깥쪽으로, 한 손에는 모래 한줌, 한 손에는 온 우주를 쥐고 똑바로 걸어가는 거라고도 했다. 꽃을 샀다가 서둘러 탄 막차 속에서 망가져버렸다. 차마 버리지 못했다. 등뒤로 감추고 돌아왔는데 이런 예쁜 꽃다발을 어디서 가져왔냐고 환하게 웃는 사람이 있었다. 그 얼굴을 보면서 아주 오래도록, 가만히 있고 싶었다. 그러지 못했다. 어떤 균형으로만 위태롭게 서서 만나게 되는 무언가. 찰나에 마주서서 가만히 웃거나 우는, 어쩌면 그게 내가 하는 전부와 하고 싶은 전부가 아닐까, 절반은 알고 절반은 모..

  • 너를 알고 난 후 정우경 著 어떤 날은 내 마음을 온통 다 네가 가져버린 때도 있었다 내 생각보다 네 생각이 많아 내가 너인 때도 있었다 비울래야 비울 수 없어 오히려 가득해지는 그리움 버릴래야 버릴 수 없어서 안으로만 자라난 그리움 아무리 불러도 울리지 않는 음성 아무리 내밀어도 닿지 않는 손길 내 안에서 나보다 더 커버린 나라는 또 다른 너는 서러운 눈물일 때도 있었다 그저 머언 하늘일 때도 있었다

  • 언젠가 너를 사랑한 적이 있다 사랑의 어두운 저편 수록, 남진우 著 그리하여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낡은 수첩 한 구석에서 나는 이런 구절을 읽게 되리라 언젠가 너를 사랑한 적이 있다 그랬던가 너를 사랑해서 너를 그토록 사랑해서 너 없이 살아갈 세상을 상상할 수조차 없어서 너를 사랑한 것을 기필코 먼 옛날의 일로 보내버려야만 했던 그 날이 나에게 있었던가 언젠가 너를 사랑한 적이 없다고 한사코 생각하는 내가 이토록 낯설게 마주한 나를 나는 다만 떠올릴 수 없어서 낡은 수첩 한 구석에 밀어넣은 그 말을 물끄러미 들여다본다 언젠가 너를 사랑한 적이 있다 그 말에 줄을 긋고 이렇게 새로 적어넣는다 언젠가 너를 잊은 적이 있다 그런 나를 한번도 사랑할 수 없었다

  • 이것이 우리의 끝이 아니야 이제니 著 우리가 우리의 그림자로 밀려날 때 저 밑바닥으로부터 번져오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우리의 어둠으로 몰려갈 때 저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것은 무엇인가. 뒷모습은 뒷모습으로 말한다. 뒷모습은 뒷모습으로 사라진다. 우리는 우리의 뒷모습으로 살아남아 오래 전 그 해변을 걷고 있다. 그 옛날의 우리로서 오늘의 이 해변을 걷고 있다. 누군가의 손이 누군가의 손을 잡았을 테고. 누군가의 마음이 누군가의 마음을 두드렸을 테고. 누군가의 눈이 누군가의 눈을 지웠을 테고. 누군가의 말이 누군가의 말을 뒤덮을 테고. 노을은 우리의 뒤쪽에서부터 서서히 몰려왔고. 서서히 물들였고. 서서히 물러났고. 우리는 서로가 누구인지 보려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마치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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