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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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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ORPG 로그와 좋아하는 시를 위주로 한 백업이 주로 올라옵니다. 티알 로그 백업의 경우 티스토리 스킨 호환을 위해 따로 잠금을 걸어 놓지 않으니 스포일러에 유의해 주세요. 논란이 있는 시인의 시는 피하고 싶습니다. 댓글로 제보해주실 경우 감사히 반영합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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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TICE NEW

    2022.07.1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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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Po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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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네가 박상순 著 나는 네가 시냇물을 보면서 화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냇물이 흐르다가 여기까지 넘쳐 와도 화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네가 목련나무 앞에서 웃지 않았으면 좋겠다 흰 목련 꽃잎들이 우르르 떨어져도 웃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네가 밤 고양이를 만나도 겁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밤 고양이가 네 발목을 물어도 그냥 그대로 서 있으면 좋겠다 나는 네가 꿈꾸지 않았으면 좋겠다 창밖의 봄볕 때문에 잠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꿈속에서 영롱한 바닷속을 헤엄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네가 인공 딸기향이 가득 든 고무지우개면 좋겠다 인공 딸기향을 넣은 딱딱한 고무로 만든 그런 치마만 삼백육십육일 입었으면 좋겠다 나는 네가 오래도록 우울하면 좋겠다 아무도 치료할 수 없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나는 네가 아프지 않았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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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네가_박상순 NEW

    2022.08.1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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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고 있는 사람 이제니 著 우울을 꽃다발처럼 엮어 걸어가는 사람을 보았다. 땅만 보고 걷는 사람입니다. 왜 그늘로 그늘로만 다니느냐고 묻지 않았다. 꽃이 가득한 정원 한편에서 울고 있는 사람. 누군가의 성마른 말이 너를 슬프게 하는구나. 누군가의 섣부른 생각이 너를 슬프게 하는구나. 갇혔다고 닫혔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 자리에서 곧장 일어나 밖으로 밖으로 나가세요. 산으로 들으로. 강으로 바다로. 너를 품어주는 것들 속으로 걸어 들어가세요. 그렇게 걷고 걷고 걷다 다시 본래의 깊은 자기자신으로 돌아오세요. 그러니 너는 여전히 그 자리 그대로 남아 있구나. 갈 곳이 없어 갈 곳이 없는 사람인 채로. 구석진 곳을 찾아 혼자서 울고 있구나. 구석진 곳에서 울고 있는 또 다른 누군가의 울음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구나.

  • 하얀 당신 허연 著 어떻게 검은 내가 하얀 너를 만나서 함께 울 수 있겠니 죄는 검은데 네 슬픔은 왜 그렇게 하얗지 드물다는 남녘 강설의 밤. 천천히 지나치는 창밖에 네가 서 있다 모든 게 흘러가는데 너는 이탈한 별처럼 서 있다 선명해지는 너를 지우지 못하고 교차로에 섰다 비상등은 부정맥처럼 깜빡이고 시간은 우리가 살아낸 모든 것들을 도적처럼 빼앗아 갔는데 너는 왜 자꾸만 폭설 내리는 창밖에 하얗게 서 있는지 너는 왜 하얗기만 한지 살아서 말해달라고? 이미 늦었지 어떻게 검은 내가 하얀 너를 만나서 함께 울 수 있겠니 재림한 자에게 바쳐졌다는 종탑에 불이 켜졌다 피할 수 없는 날들이여 아무 일 없는 새들이여 이곳에 다시 눈이 내리려면 20년이 걸린다

    시 모음집

    하얀 당신_허연 NEW

    2022.09.20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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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가능한 숲 계간 문학동네 2015년 겨울호 수록, 박지혜 著 내가 죽으면 바람이 되어줄게. 바람이 불면 나를 생각해. 바람이 불면 내가 온 거야. 그녀가 말했다. 그럼 나는 숲이 되어줄게. 네가 언제든지 들어올 수 있도록 숲이 되어줄게. 그가 말했다. 바람 부는 숲에 있었다. 오늘은 시장에 가서 파프리카 시금치 밤 굴 라즈베리 유칼립투스 천일홍을 샀다. 어쩌면 시장에 가지 않고 숲을 걸었던 것 같다. 할 말이 없는 자의 슬픔을 말하지 않기로 했다. 쓸모없고 아름다운 것들의 슬픔도 말하지 않기로 했다. 다짐은 끝없이 자라나는 머리칼 같고 가본 적 없는 곳에 내리는 폭설 같다. 다짐을 할 때마다 자라나고 녹아내릴 미래처럼 허망해졌지만 혼자 다짐을 하는 일은 끝이 없었다. 대신 혼자 하는 다짐은 어딘가 가여..

    시 모음집

    불가능한 숲_박지혜 NEW

    2022.08.0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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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왕성에서 온 편지 장이지 著 안녕, 여기는 잊혀진 별 명왕성이야 여기 하늘엔 네가 어릴 때 바닷가에서 주웠던 소라 껍데기가 떠있어 거기선 네가 좋아하는 슬픈 노래가 먹치마처럼 밤 푸른빛으로 너울대 그리고 여기 하늘에선 누군가의 목소리가 날마다 찾아와 안부를 물어 있잖아, 잘 있어? 너를 기다린다고, 네가 그립다고 누군가는 너를 다정하다고 하고 누군가는 네가 매정하다고 해 날마다 하늘 해안 저편엔 콜라병에 담긴 너를 향한 음성 메일들이 밀려와 여기 하늘엔 스크랩된 네 사진도 있는걸 너는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웃고 있어 그런데 누가 넌지 모르겠어 누가 너니? 있잖아, 잘 있어? 네가 쓰다 지운 메일들이 오로라를 타고 이곳 하늘을 지나가 누군가 열없이 너에게 고백하던 날이 지나가 너의 포옹이 지나가 겁이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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