記錄

NOTICE

  • 아직 작성된 글이 없습니다.

  • ◆ ◆ ◆ ORPG 로그와 좋아하는 시를 위주로 한 백업이 주로 올라옵니다. 티알 로그 백업의 경우 티스토리 스킨 호환을 위해 따로 잠금을 걸어 놓지 않으니 스포일러에 유의해 주세요. 논란이 있는 시인의 시는 피하고 싶습니다. 댓글로 제보해주실 경우 감사히 반영합니다. ◇ ◇ ◇

    공지

    NOTICE NEW

    2022.07.18 14:32
    댓글 0

Love Poem

  • 아직 작성된 글이 없습니다.

  • 절벽 이상 著 꽃이보이지않는다. 꽃이향기롭다. 향기가만개한다. 나는거기묘혈(墓穴)을판다. 묘혈도보이지않는다. 보이지않는묘혈속에나는들어앉는다. 나는눕는다. 또꽃이향기롭다. 꽃은보이지않는다. 향기가만개한다. 나는잊어버리고재차거기묘혈을판다. 묘혈은보이지않는다. 보이지않는묘혈로나는꽃을깜빡잊어버리고들어간다. 나는정말눕는다. 아아, 꽃이또향기롭다. 보이지도않는꽃이ㅡ보이지도않는꽃이.

    시 모음집

    절벽_이상 NEW

    2023.07.03 15:31
    댓글 0
  • 좌부동자에게 류성훈 著 내 꿈은 안락사, 라고 되뇌어 보았다 살았다,는 건 내가 타지 않을 모든 차표를 끊는 일, 사라진 들보 위에 물 하나 떠 놓는 일 손끝부터 심장까지 다 아프다면서 왜 내버려 두었냐고 더욱 화를 내듯이 여긴 올 곳이 못 된다고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다그치듯이 안락하게 너는 떠났길, 그 믿음이 따뜻한 이불 속에서 방법 없이 아플 때 잠 속에서만 더 많이 자라던 보풀들이 지금은 없는 곳에 굴러다닐 때 밥은 넘기다가 아직도 사랑은 한다 쓰다가 명부에서 이름을 지우는 퇴원 당신은 당신을 만났을까 항상 삶보다 더 긴 추억을 따라가면 하얀 유기견이 나를 올려다본다 길에서 내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거기 있다, 맑아서 버려야 할 이곳엔 아무도 살아 있지 않은 밤이 있다

  • 지구 6번째 신 대멸종 최백규 著,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 수록 봄이 와도 죽음은 유행이었다 꽃이 추락하는 날마다 새들은 치솟는다는 소문이 떠돌고 창밖엔 하얀 유령들만 날렸다 네평 남짓한 공간은 눈이 흩어진 개의 시차를 앓고 핏줄도 쓰다듬지 못한 채 눈을 감으면 손목은 펜 위로 부서지는 파도의 주파수가 된다 그럴 때마다 불타는 별들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누구나 살아있는 동안 심장 끝에서 은하가 자전한다는 사실을 안다 늙은 항성보다 천천히 무너져가는 지구라면 사각의 무덤 속에는 더러운 시가 있을까 흙에서 비가 차오르면 일 초마다 꽃이 지는 순간 육십 초는 다음 해 꽃나무 퍼지는 담배 향을 골목에 앉아있는 무거운 돌이라 생각해보자 얼어붙은 명왕성을 암흑에 번지는 먼 블랙홀이라 해보자 천국은 두 번 다시 공..

  • 몸살 김선우 著 나는 너의 그늘을 베고 잠들었던 모양이다 깨보니 너는 저만큼 가고 나는 지는 햇살 속에 벌거숭이로 눈을 뜬다 몸에게 죽음을 연습시키는 이런 시간이 좋아 아름다운 짐승들은 떠날 때 스스로 곡기를 끊지 너의 그림자를 베고 잠들었다 깨기를 반복하는 지구의 시간 해 지자 비가 내린다 바라는 것이 없어 더없이 가벼운 비 잠시 겹쳐진 우리는 잠시의 기억으로도 퍽 괜찮다 별의 운명은 흐르는 것인데 흐르던 것 중에 별 아닌 것들이 더러 별이 되기도 하는 이런 시간이 좋아 운명을 사랑하여 여기까지 온 별들과 별 아닌 것들이 함께 젖는다 있잖니, 몸이 사라지려 하니 내가 너를 오래도록 껴안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 날이야. 알게 될 날이야. 축복해.

    시 모음집

    몸살_김선우 NEW

    2023.07.03 14:42
    댓글 0
  • 빛의 다락 최현우 著 절박해 보여 아니, 배가 고픈가? 저 눈동자는 아래로 흐르려나 지겨워 보여 재미없나? 그런 건 아니래 미안하다며 돌아간다 너무 많은 시를 쓰느라 마음을 잃었구나 서글퍼 보여 아니, 이젠 믿음이 없나? 말조심해 증오와 긍휼을 착각하는 자야 닳아 없어지는 생활에 지문이 궤적을 남긴다 이걸로는 아무것도 씻을 수 없지 저 찰기 없이 마른 손바닥을 봐 수많은 금을 만든 채로 불쑥 들어온다 부서져 보여 아니, 억지로 붙여 놓은 듯이 안아 달라고 말해 묶고 꺾고 묻히고 닦아 달라고 말해 잡고 놓지 말라고 말해 차라리 구해 달라고 말해 내 영혼의 깊은 바닥 당신의 정수리가 보입니다 저희 노래가 들리십니까 필요 없어? 쉿, 누군가 듣고 있다

    시 모음집

    빛의 다락_최현우 NEW

    2023.07.03 13:44
    댓글 0

TR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