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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7. 26.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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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의 사회

                                                                                                        눈사람의 사회 수록, 박시하 著

 

 

각이 모조리 사라졌는데도 굴러갈 수가 없습니다
마주 보고 있지만 악수를 청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도 웃거나 울고 있다면, 그건
첫눈에 대한 희미한 기억이나
이별의 습관 때문입니다
어떤 기분일 뿐입니다

춤을 추면 굴러갈 수 있다구요?
그럼, 눈 오는 날 하얀 새들은 길을 잃어버릴까요?
새들은 어디서 밤새 녹아내리나요?
한쪽 눈썹은 원래 그렇게 우스웠나요?
코가 비뚤어진 건 내 탓이 아닙니다

줄줄
심장이, 결국, 흘러내렸나요?

몸이 둥근 사람들이 돌이킬 수 없이 넘어집니다

우리는 더욱 조용히 웃고
펑펑, 희미하게 웁니다
눈 내리는 창 너머에서
누군가 새 눈사람을 만들고 있습니다

바닥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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