記錄
카테고리
작성일
2022. 7. 22. 10:07
작성자
Verliebt

                                                             정호승 著

 

눈사람 한 사람이 찾아왔었다
눈은 그치고 보름달은 환히 떠올랐는데
눈사람 한 사람이 대문을 두드리며 자꾸 나를 불렀다
나는 마당에 불을 켜고 맨발로 달려나가 대문을 열었다
부끄러운 듯 양볼이 발그레하게 상기된 눈사람 한 사람이
편지 한 장을 내밀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밤새도록 어디에서 걸어온 것일까
천안 삼거리에서 걸어온 것일까
편지 겉봉을 뜯자 달빛이 나보다 먼저 편지를 읽는다
당신하고 결혼하고 싶었습니다
이 말만은 꼭 하고 싶었습니다

'시 모음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름 없는 애인에게_한상현  (0) 2022.07.22
그리운 맨드라미를 위하여_이승희  (0) 2022.07.22
눈사람 자살 사건_최승호  (0) 2022.07.22
마지막은 왼손으로_이제니  (0) 2022.07.22
너에게_서혜진  (0) 2022.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