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노래
황인숙 著
너는 그것이 어둠이 끌리는 소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어쩌면 알았니 어둠 속에서 무엇이 끌리는지?
너는 그것이 바람이 끌리는 소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어쩌면 알았니 바람 속에서 무엇이 끌리는지
내 심장에서 꺼낸 밤을
비단 손수건처럼 펼친다
아주 작은 수천의 비단 손수건들의 파동으로
나는 네 베개 위에서
잠든 너를 내려다본다
나는 너를 만질 수 없다
보고 또 볼 뿐
너는 단지
네 머리에 눌린 자국이라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어쩌면 알았니 그 자국에 닿아 있는
내 무릎 자국을?
그것은 꿈이 아니었다
꿈보다 더 허망한 것이었을망정
내 심장에서
느티나무 같은 밤이 자란다
너를 향해
내 발바닥엔 잔뿌리들 간지러이 뻗치고
너를 만지고 싶어서
내 모든 팔들에
속속 잎새들 돋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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