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듬 1
카테고리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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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쓴 시가 아닙니다 김이듬 著 이건 내가 쓴 시가 아니에요 대충 만년필로 휘갈긴 것도 있고 침 묻힌 몽당연필로 꾹꾹 눌러쓰고 빨간 밑줄을 그은 것도 있네요 나는 안경을 쓰고 세심하게 윤문하지만 알아볼 수 없는 글자 때문에 제멋대로 몇 자 넣을 때도 있어요 간혹 자기소개서 대행업체 직원같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 적을 때도 있답니다 이 시는 내가 쓴 게 아닙니다 난 혼자 피크닉 떠났어요 바위에서 물이 쏟아지고 죽은 새의 깃털이 펄럭일 때 숲 속의 가지 끝에서 누군가 웁니다 리본을 풀고 붉은 책을 펼칩니다 나는 당신을 만집니다 뺨의 체온 머리칼의 감촉 나는 당신을 다 꺼내놓을 수 없습니다 시럽에 빠트린 크랙커를 건지듯 따듯한 물속의 쿠키를 꺼내듯 단지 나는 당신을 가지고 만든 책을 봅니다 당신은 키스로 봉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