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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 깊이 꽃들은 피어나고 1

카테고리 설명
  • 물속 깊이 꽃들은 피어나고 강은진 著 나는 너의 말로 말을 하고 너의 얼굴로 잠든다 내일, 이라고 적힌 글자들을 삼키며 물속 깊이 꽃들은 피어나고 울지 않는 밤이 다시 찾아오다면 너의 흙 묻은 신발을 오래오래 껴안고 있을 거야 어린 감나무를 심어 놓고 살랑거리는 잎사귀들의 연하디연한 살갗에 뺨을 대며 붉은 열매들이 나비처럼 꿈꾸는 상상을 할 거야 나는 너의 손으로 꿀벌의 투명한 날개를 쓰다듬고 너의 생채기로 선혈을 흘린다 모든 것이 멈춘 순간의 고요 속에서 아마 나는 네가 붙잡았을 최후의 기억 그때 웃고 있었다고 믿을 거야 분명히 그랬다고 믿을 거야 봄은 바싹 마른 입술처럼 바스락거렸지만 살아있는 것들 중 침수되지 않은 것은 없었다 나는 가을에 태어났고 네가 없는 날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