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와 김예슬, 그리고 대학

한 대학생이 자신의 대학을 `방문`했다.
그 학생은 등교하자마자 총장실로 직행해 총장, 부총장, 학생처장 등과 `환담`을 나눈다.
총장은 그 학생에게 미래를 위해 외국어도 공부하라고 권유하고 학과장은 어떤 책을 원서에 번역서까지 선물한다.
그리고 그 학생은 학장의 안내로 학과건물을 시찰(?)한 후 강의실로 들어갔다.
9시에 시작한 수업에 1시간 40분이나 늦게 들어간 그는 다음 약속 때문에 10분만 앉았다가 나왔다.
그 학생의 측근(?)은 그가 언제 다시 학교에 나타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한다.

2학년에 재학 중인 이 학생은 1학년 때도 딱 한 번 학교에 갔다.
그때도 총장 등 보직 교수들과 차를 마시며 환담을 하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돌아갔다.
그럼에도 졸업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
요즘 이 학생의 근황을 듣는다.
`은퇴`를 고민 중이란다.
학생이 무슨 은퇴?
도대체 그 학생에게 학교란 무엇인가.
다니지도 않을 학교를 도대체 왜 들어갔나.

자본주의 사회의 ‘초극강 상품’

누구의 이야기인지 다들 아실 것이다.
바로 김연아다.
그는 귀국 후 광고계약을 맺은 한 의류매장에 가기도 하고 `삼성 애니콜과 함께하는 스마트 데이트`라는, 재벌기업의 브랜드명으로 뒤범벅인 팬미팅 행사에 나타나기도 했다.
김연아는 그러나 분명 대학생임에도 학생으로서의 신분이나 그에 따르는 의무에는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결국 `학벌`만을 위해 대학에 간 것인가.
어쨌든 학생이 학교를 외면하는 모습, 학교가 학생을 모시는 모습, 수업을 안 들어와도 학교 광고만 되면 그게 `장땡`이라는 모습은 이 시대 대학의 굴욕이다.

이러한 모습 위에 겹쳐지는 또 다른 기억은 나를 더욱 씁쓸하게 한다.
지난 달 김연아와 같은 대학의 김예슬이라는 학생은 자퇴를 선언했다.
그는 `자격증 브로커` 또 `대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하청업체`로 전락한 대학에서 재벌기업이 원하는 상품이 되어 간택되기를 열망하기보단 인간이 되는 길을 선택하기 위해 자퇴한다고 했다.
또 그는
"무수한 친구들을 제치고 넘어뜨리는 것을 기뻐"
했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며 비정하고도 끝이 보이지 않는 경쟁을 개탄했다.
그래서 김연아가 택한 학벌을 그는 버렸다.

김연아와 김예슬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경쟁`이 아닌가 싶다.
한쪽은 세계챔피언이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한 `1등 인간`이다.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미디어시대 자본주의사회의 `초극강 상품`이다.
그래서 그 대학이 모셔갔다.
그러나 다른 한쪽은 거대한 자본의 탑에서 돌멩이에 불과한 인간이다.
그 끝없는 경쟁의 트랙을 질주하다가 결국 방황하는 젊은이다
결국 자본이 요구하는 상품이 되기를 거부한 그가 택한 것은 자퇴였다.
이렇듯 완벽하게 대비되는 두 젊은이가 `고려대`라는 공간 안에서 뒤범벅이 되어 존재한다.

신자유주의에서는 대학마저 요지경이 되는 것인가.
대학이 보도자료까지 뿌려가며 김연아의 등교를 광고한다.
김예슬은 뒷문에 학교를 거부한다는 대자보를 붙인다.
대학이 `완제품` 김연아를 모셔와 `광고모델`로 활용한다.
그러는 사이 학교의 관심을 받지 못한 평범한 학생 김예슬은 방황하다 자퇴한다.
오직 경쟁능력에 따라 한 학생은 대접 받고 다른 학생은 자퇴의 길을 택한다.
가르치고 길러내는 곳이 대학일 터인데 `완제품`은 대접받고 `방황하는 청춘`은 설 곳이 없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대학의 모습이어야만 하는가.
한국사회 대학은 과연 `大學`다울 수 있을 것인가.

상품화 거부 ‘방황하는 청춘’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대학에게도 최소한의 자존심과 지조는 있어야 한다.
마침 고려대와 자매결연을 맺은 일본의 와세다대에서 날아온 소식이 눈을 끈다.
이 대학 3년생인 후쿠하라 아이는 국가대표 탁구선수면서 CF를 찍을 정도의 인기 스타다.
현재 세계랭킹 8위인 그는 런던올림픽을 위한 준비에 들어가야 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학교 출석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올림픽 메달을 노리는 스타학생에게 와세다대는 어떤 배려를 했을까.
학교는 안 와도 좋으니 메달만 따라고?
그래서 학교의 명예를 빛내라고?
천만에. 학교가 제시하는 출석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게 된 후쿠하라는 지난 달 자퇴해야 했다.


정희준 | 동아대 교수·문화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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